제임스 골웨이는 1939년생의, 이젠 80을 바라보는 노 연주자이다.
사실 이번 연주회도 남편은 '나이든 연주자의 연주에 존경을 보낸다'라고 가기전부터 말했을만큼
연주회의 질이나 기대보다는 나이들어서도 노력하는 그 모습을 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직접 가서 본 그의 연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만큼 여전히 훌륭하고 아름다웠다.
제임스 골웨이는 숨쉬는게 언제인지 알수 없을만큼 숨도 길고 숨쉬기도 자연스럽다.
보통의 연주자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플루트의 특성상 숨쉬는것을 감출 수는 없기때문에
이러한 그의 장점이자 노력들은 정말 대단하다고밖에는 말할 수 없다.
제임스 골웨이는 한마디로 말하자면 정말 자유로운 영혼일 것이다.
보통의 연주자들이 학교를 졸업한 후에 오케스트라 소속으로 일하다가 개인연주자로 연주활동을 한다는 점에서는 다들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골웨이의 경우 클래식뿐만 아니라 대중음악들을 중점적으로 연주했다는 점이 다를 것이다.
내 남편의 경우 클래식을 매우 좋아해서 가는귀가 먹을 정도로 음악을 많이 들었는데,
아이가 플루트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골웨이의 팬이었다.
나는 전에도 말했듯이 클래식을 좋아하긴 했어도 남편처럼 찾아들을 여건이 되지 않았기에,
아이가 플룻을 시작하고나서야 플루트 음악들을 듣게 되었는데,
골웨이의 음악도 그 때 처음 듣게 되었다.
남편이 음악초보라고 생각해서인지 골웨이의 팽크팬더같은 가벼운 곡을 들려주었는데,
그러한 시도들이 매우 새롭다는 생각을 했었다.
클래식과 대중음악에 선을 긋지 않고 그 사이를 자유로이 드나드는 것은 아마도 그가 자유로운 영혼이라서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어제 처음 실물로 본 골웨이는 유려한 말솜씨를 뽐내는 재담가이기도 했다.
다만 어제의 연주는 금번 연주 제목에서 나왔듯이 소파에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연주였다.
연주 사이사이에 골웨이의 재치넘치는 말들을 들을 좋은 기회이기는 했으나
통역자 한명 없던 연주회여서
피아노 연주자가 급한대로 통역을 하기도 하고 한국인 플루트 연주자가 통역을 하기도 하고
어느부분은 두명 다 없어서 그냥 관객들이 알아서 해석해서 들을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 진행을 맡은 사람도 우리말이 매우 서툰 사람이라서
관객에 대한 배려는 아무리 봐도 꽝이었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영어가 국어가 아닌데도 '못알아들으면 네가 무식한 인간'이라는 식의 진행은 씁쓸한 기분만 들었다.
일단 영어로 마구 대화가 진행이되니 집중해서 듣느라고 피로함이 두배였다.
그러한 좌담형식까지 포함되어 연주까지 하니 연주회는 두시간 반이 넘고 끝날무렵에 나는 아주 녹초가 되었다.(연주회를 기다리느라고 3시간가량 기다려서 더 지쳐있었다)
자, 음악 외적인 문제는 이쯤해두고, 다시 연주로 돌아와서 말하자면,
나는 지니 골웨이의 연주는 처음들었다.
제임스 골웨이의 연주가 화려하고 유려한 연주를 한다고하면, 지니 골웨이의 연주는 좀더 깊이감이 있다.
음색으로 보면 남녀가 바뀐듯한 기분까지 들 정도로 말이다.
남편은 예전부터 골웨이의 팬이었으므로 여전한 그의 솜씨에 감탄을 쏟아내고 있었고
나는 지니 골웨이의 연주가 귀에 남았다.
또한 함께 연주한 필립 윤트의 경우에는 골웨이와 음색이 상당히 유사했다.
이렇듯 누가 부느냐, 어떤 재료로 된 플룻을 부느냐등에 따라 음색은 달라지게 되고
이것이 플룻의 매력이기도 할 것이다.
또한 재미있게 느껴졌던 점이 하나 더 있는데,
보통 우리나라 연주자들은 연주하는 동안 앞으로 인사하는 듯한 동작을 많이 취한다.
연주를 함께 한 우리나라 연주자들도 비슷하게 인사하는 동작으로 연주를 했는데,
골웨이 부부는 연주할때 거의 움직임이 없었다.
골웨이는 지휘를 하기위해 돌아서거나 앞쪽으로 뺀 무릎을 굽히는 정도로 움직였고,
지니 골웨이의 경우엔 전반적으로 얌전히 서서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움직임이 없어서 늘 뻣뻣하다고 지적을 당하는 아이때문에 이 점은 내게 매우 새로웠다.
(내 아이는 움직이면서 연주가 나빠져서 가능한 움직이지 않도록 노력하는 편이다)
나에게는 음악적인 면 뿐 아니라 음악 외적인 면에서도 재미가 소록소록했던 관람이었다.
실은 골웨이도 이렇게까지 움직이지 않는 편은 아니었는데 조금은 변한 듯 하다.
4년만에 한국을 찾은 골웨이, 그리고 39년생의 올해나이 78세의 노장임을 생각하면
나는 무척 감격스럽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관람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