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과거 내가 알고 있는 배우 이동하의 노래 실력만 생각하고 갔다가, 생각보다 넘버 소화력도 좋아 한 번 놀라고, 낮게 깔리는 저음이 취향 저격이라 두 번 놀랬다. 게다가 넘버 「롤로코스트」에서 드러냈던 감출 수 없는 흥까지. 무엇보다 삼연 때 내가 본 충백작, 고백작, 동백작 중 동백작이 보여주는 스토리 라인이 가장 맘에 들었다.
03 백작은 모든 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치명적인 매력과 영겁의 삶을 가진 뱀파이어다. 그의 삶은 그의 아름다움과 신비함을 찬양하는 신도들로 넘쳐났다. 그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그를 가지고 싶어 했지만, 그 누구도 백작의 동반자가 될 수 없었다. 영겁의 삶을 살아온 백작의 욕망은 자살, 혹은 살해당하는 것이었다. 어떤 식이든 자신의 삶을 끝마치길 바랐다. 그리고 마치 운명처럼, 백작의 치명적인 매력, 그 자체를 갈망하고 과거로 날아온 븨는 백작의 삶에 존재하지 않았던 존재이며, 본능적으로 자신의 갈증과 갈망을 이루어줄 존재였다.
하지만 동백작은 븨를 자신의 생을 끝내줄 살해자가 아닌, 그와 함께 평생에 걸쳐 느꼈던, 느끼는, 느낄 무력감, 분노, 슬픔과 공존할 수 있는 존재로 여기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 생각엔 아이라인을 통해 치명적인 매력을 소유하게 된 동백작은 가장 빛나야 할 시절, 자신이 누릴 수 있는 보통의 것들을 누릴 수 없었단 생각이 들었다. 그랬기에 타인과 다른 존재가 되어 빛을 피해 어둠을 찾아다녀야 했고, 븨처럼 소중한 연인의 피를 통해 삶을 연명하거나, 혹은 그들을 지키기 위해 등을 떠밀며 홀로 영겁의 삶을 견뎌오지 않았을까. 뱀파이어가 된 븨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는 존재였지만, 그렇기 때문에 븨의 존재를 그 누구보다 기뻐할 존재. 그의 마음 깊숙한 한구석에 인간다운 삶을, 그리고 자신의 외로움을 채워줄 누군가를 갈망하지 않았을까.
04 가냘프고 높은 톤의 어린 쏭븨라 그런지 어른이 되고 나서도, 엄마의 그늘이 필요한 어린 쏭븨에서 조금도 자라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랬기에 자신의 사랑이었던, 오랜 시간 지켜봤던 이들(메텔, 엄마)를 보내고 나서야 어른이 된 그의 모습이, 그의 성장이 좀 더 드라마틱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