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의 전당에서 하는 제나 할러웨이 사진전에 다녀왔습니다. 제나 할러웨이가 유명한 패션 사진 작업을 많이 했다는 것은 잘 몰랐구요. 요즘 하는 사진전을 찾아보다가 물 속에서 찍은, 사람들이 웃고 있는 사진이 즐거워 보여서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그 컷은 제나가 찍은 사진이 아니고 제나가 찍힌 사진이더만요 ㅎㅎ

작가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이러합니다. 스킨스쿠버 전문가였다가 수중 사진 전문 작가로 발전해간 약력이 흥미로웠습니다. 리얼리티 중심이었던 기존의 수중 스냅사진 분야를 제나 할러웨이가 확장을 시켰다고 하더군요. 수중 사진 작가라 하여 리얼리티를 포함한 다양한 사진을 찍나 싶기도 했는데, 그것은 아닌 것 같고 패션 사진 전문 작가인 듯 했습니다. 어쨌거나 어느 분야든 전문적인 분야가 있어 사진과 접목하면, 사진 분야에서도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유리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나 할러웨이 사진전 <더 판타지>에 출품된 사진들은 제나 할러웨이 공식 사이트인 www.zenaholloway.com 에서 대부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대형 인화된 사진으로 보는 감동은 사이트에서 보는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만, 대체로 어떤 작품들이라는 것을 알고 가는 것도 좋겠고
저처럼 리뷰를 쓰는 사람에게는 추억을 되살릴 수 있어서 좋기도 하네요 :)
위의 작품은 미술관에 입장하고 제일 처음 맞닥뜨렸던 시리즈로 기억합니다. B.INSPIRED라는 제목이 붙어 있구요. 이 작품 뿐 아니라 제나 할러웨이 작품들은 신화에서 영감받은 작품들이 많은데 아름다움은 물론 몽환적인 매력이 있었습니다. 미술관에서 처음 제나 할러웨이 작품을 보았을때 수중촬영, 굉장히 독특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수중촬영이라고 사전 정보를 모르고 갔으면 잘 몰랐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나 할러웨이 사진에서 특히 주목이 되었던 부분은 어두운 배경이 밤하늘과 같은 느낌을 자아내는 것이었습니다. 기포는 마치 별무리 같은 역할을 해서 모델들이 우주 한복판에서 유영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더욱 몽환적인 매력이 있었습니다. 공식 설명과 관련된 내용은 아니고 그저 개인의 순수한 감상입니다.

PEACOCK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사진은 가장 인상적인 작품 중 하나였는데 디지털 이미지 화질이 좋지 않고 일단 크기부터 다르다 보니 전시관에서 직접 본 감동과는 다르네요. 여하간 스타일리스트가 무지 공들여 만들었을, 조개와 꽃으로 장식된 머리 장식이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라이트로 인한 역광 실루엣도 신비스럽게 느껴 지네요.



STYLIST라는 제목이 붙은 이 시리즈들도 너무 예뻤습니다. 적녹 컬러가 환상적인 매력을 자아 내네요. 마지막 사진에 모델이 살짝 입을 벌리고 있는데 앞니가 벌어진 것까지 완벽합니다. 수중 촬영은 같은 장면을 다시 찍을 수 없기에 매력이 있다고 제나 할러웨이가 그러던데, 이 사진을 찍고서 흥분에 젖었을까요? 저 같으면 그랬을 것 같아요.
"수중에서 이미지를 창조하는 작업은 규제 받지 않은 영역을 탐색하는 것과 같다" 제나 할러웨이가 한 말인데, 어쩌면 모든 블루오션 분야에 해당 되는 것 같습니다. 그게 블루오션의 매력이죠. 물론 개척은 어렵지만요 ㅎㅎ

SLEEPING BABY라는 제목이 붙은 작품인데 이 작품도 보고서 우와... 싶었습니다. 메이킹 필름을 보니 더욱 우와, 싶더라구요. 모델의 프로 정신하며, 몇백만원 짜리 드레스를 흔쾌히 일회용으로 물 속에 집어넣은 디자이너들의 배짱하며, 스타일리스트와 제나 모두의 합작품이 제나 할러웨이 수중 패션 사진을 이루어낸 듯 합니다. 절대 한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더라구요.


이 투명한 느낌의 사진들도 너무 좋았습니다. 마치 수채화 같은 느낌이었는데요. 모델의 아이섀도, 헤어에서 물감이 풀려나가는 것이 너무 기발하게 느껴졌어요. 처음에는 실제로 모델한테서 물감이 풀려나가는 것인가 상상 했었는데, 한번 인화한 사진 위에 물감을 입혀 번지게 하는 식으로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역시 화질이 떨어져서 안타까운데요. 수중 사진의 특색을 단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는 사진인 중 하나인 듯 했습니다. 헤어와 옷감이 물 속에서 자연스럽게 부유하는 모습이 몽환적 느낌을 더해주는 것 같아요. 메이킹 필름에서 스타일리스트가 말하길, "패션의 문제는 가만히 있을 때 옷의 매력이 가장 떨어져 보이는데, 기성 패션 화보는 그렇게 찍힌다" 라고 하더군요.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요. 그리고 무언가 속시원함이 들었습니다. <패션 위크>의 남현범 작가님 사진이 참 좋게 느껴졌던 이유도 그 부분에 있었나 봅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워터 베이비 시리즈 입니다. 찰스 킹즐리의 <물의 아이들>이라는 동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해당 동화가 묻히는 것이 안타까워 책 작업도 하고 이렇게 작품도 만든 것 같더라구요. 아이들을 이렇게 촬영할 생각을 하다니 정말 기발했습니다. 너무너무 천사 같더라구요. 특히 강아지와 함께 촬영할 생각을 하다니... 정말이지 '신의 한 수' 였습니다.

이것은 제나 할러웨이 초창기 작품입니다. <더 판타지>에서 마지막 순서로 보게 되었던 작품 시리즈 중 하나인데요. 다이버를 찍은 모습입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약간 리얼리티적인 모습이 보이는데 역시 누구
에게나 초기 시절은 있나 봅니다.

이렇게 사진 관람을 마치고 나면 자유롭게 사진 촬영이 가능한 포토존입니다. 작게 프린팅된 액자들에 있는 사진도 볼 거리가 많았어요 :)

사진전 감상후 가장 궁금한 것은 도록 등 인화 제품의 품질인데요.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2만원 정도 가격의 도록보다는 차라리 엽서들이 조금 더 전시작들의 느낌을 살려주는 것 같아 6장 1만원 세트의 엽서만 구입해서 왔습니다 :)
제나 할러웨이 사진전을 감상한 소감은 '굉장한 설렘'이었습니다. 기대 이상으로 아름다웠어요. 패션 사진에 대해서는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한편 약간은 난해하다는 생각도 있었는데, 제나 할러웨이 사진전 <더 판타지>의 사진들은 누가 봐도 대개 아름답다고 할만한 그런 사진들이어서 좋았고, 패션 사진에 대한 흥미를 더해 준 것 같습니다. 수중 패션 사진이라는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나가는 모습도 너무나 멋있었구요. 요즘 좋은 사진전들이 많은 편인데 제나 할러웨이 사진도 정말 강추하고 싶은 사진전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