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세상에서 청소년들이 사라진다면? 아무런 예고나 전조도 없이 사물로 변하기 시작하는 학생들로 인해서 혼란에 빠진 세상의 모습을 다룬 201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변신>을 어떻게 청소년극으로 재구성 하였을지 관심과 흥미가 생겨서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무대위에 놓인 의자 하나를 응시하며 앞으로 어떤 기상천외한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한 마음을 안고 자리에 앉아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렸습니다.
청소년들이 스마트폰, 스티커, 장난감등 다양한 사물로 변신하기 시작하며 대한민국을 뒤흔든 청소년 연쇄 변신 사건으로 사회가 혼란에 빠지자, 정부는 긴급 재난 사태를 선포함과 동시에 대통령 직속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를 설립하고 사건 해결에 총력을 기울입니다. 관리본부는 청소년들이 다양한 사물로 변신할때 신분증만을 남기게되며, 대부분 며칠 사이의 시간 간격을 두고 원래대로 돌아온다는 것을 밝혀냅니다. 어느날 지호라는 남학생이 관리본부를 찾아와 자신이 변신했다가 돌아와보니 자신의 모든 흔적이 사라졌다고 호소합니다. 관리본부는 지호가 무엇으로 변신했으며, 그동안의 사라진 기억의 퍼즐을 맞추어 지호의 행적을 알아내기 위해서 지호를 취조하지요. 지호에게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요?
청소년들은 초중고 고육 과정을 거치면서 수능과 대학입학을 앞두고 극도의 입시 스트레스를 겪으며 살아갑니다. 사춘기의 예민한 시기를 거치면서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고뇌하면서도 자신의 진로에 관한 스트레스를 솔직하게 털어놓고 함께 고민해줄 상대를 찾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같은반 동급생들의 괴롭힘을 피해서 자살을 시도하던 아이는 돌로 변해버리고, 밤샘 공부를 하면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책상앞에서 보내온 우등생은 의자로, 아침 일찍 등교하던 아이는 쉬고 싶은 마음에 머그컵으로 변해 버립니다. 또한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 명품 시계나 자전거로 변해서 전당포에 맡겨지기도 하지요. 누구에게도 마음을 허락하거나 의지할데 없이 험난한 세상을 스스로 꿋꿋하게 헤쳐나가야 하는 청소년들의 슬픔과 일탈을 꿈꾸는 욕망이 사물로 변하게 되는 요인이라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심각한 사태속에서도 어른들의 무관심과 이기적인 행동은 마치 블랙 코미디를 보는듯 하였습니다. 사태의 원인을 청소년들의 인성 부족이라고 지적하는 교수, 사물과의 결합을 생물 진화의 과정으로 취급하는 생물학자, 군사무기로 만들어 전쟁의 도구로 이용하려는 장군등 청소년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은 실소를 자아내게 하였습니다. 또한 자녀를 명문대로 보내려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자식을 소유물로 여기는 부모, 이혼을 앞두고 자녀를 성가시게 여기는 무관심한 부모, 사물로 변한 아이들을 물건 취급하듯 모아서 해외로 팔아넘기려는 어른들로 인해서 아이들의 스트레스는 시한폭탄이 되어 여기저기서 터지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지요. 처음엔 당황하던 어른들은 이내 폭탄으로 변한 아이들을 해체하여 물건 다루듯이 생명을 경시하기까지 합니다. 자신들도 겪었을 청소년기를 잊어버리고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욕심을 강요하는 부모와 청소년의 고민에 무관심한 어른들의 냉정함이 아이들이 세상을 떠나 대탈출을 꿈꾸게 만드는 원인이라는 것을 보면서 오늘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세대간의 단절 문제를 되돌아보는 소중하고 뜻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조사원, 헤비메탈 뮤지션등 여러 역할을 오가는 베테랑 배우님들의 안정적인 연기 덕분에 편안한 분위기와 연극적 재미에 몰입하며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이혼을 앞두고 재산 분할을 협의하는 자리에서 장난감 피아노로 변해버린 아들을 인지하지 못하고 쓰레기 봉투에 담아서 버리는 비정한 부모와 전당포에 찾아온 지호에게 [양심은 한번 깨지면 복구하기 어려운거야. 그래도 학생의 양심을 한번 믿어보기로 하지]라고 사물을 맡아주고 돈을 건네는 전당포 주인의 대범함이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습니다. 연극 <엑소더스>는 남녀노소 온가족이 함께 관람하며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명품 청소년극으로서 꼭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어려운 주제를 너무 무겁거나 비관적이지 않도록 탄탄한 전개와 밝고 다이나믹한 무대로 꾸며서 좋았습니다. 청소년기에 느꼈던 고독, 슬픔, 희망을 떠올리며 공연의 감동과 여운을 마음속에 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멋진 무대를 선보여주신 극단 여러분들께 감사드리며, 마지막까지 관객들의 사랑속에 흥하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