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극은 일제치하 일본에서 살았고, 한국으로 들어와 한국의 근대사와 생을 같이한 감독의 아버지에 대해서 다룬 연극이다. 시나리오 감독이 극 중에 등장하며, 1인칭 관찰자 시점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시나리오에는 감독의 주관적인 생각이 직접 서술되는 편이고, 포인트가 되는 장과 막의 호흡을 위해서 관객의 감정을 자극하는 신파적인 요소를 많이 배치하고 있다. 독특한 점은 제 4의 벽인 막이 내려오는 프로시니엄 무대를 막혀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관객에게 대화를 시도한다는 점은 전형적인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이고, 객석 뒷편에서 무대로 들어오는 연출이나 무대에서 객석으로 오르는 연출 등은 이를 극대화한 예시로 생각된다. 동시에 그 이유에서 이 연극은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 매우 진부한 스타일의 연극이며, 연극 자체로의 새로운 시도가 보이지 않는다. 상당히 아쉬운 점이다.
무대를 설계함에 있어서, “벽”이라는 요소를 중심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19년도 연극 “미저리”에서는 역동적인 무대의 전환이 요구되므로 회전하는 형태의 무대전환을 사용해 연출하여, 뒷 편 무대의 그림자로 가려진 부분이 서서히 보일 듯 보이지 않는 방법으로 스릴러같은 긴박감을 구현하였지만, “알리바이 연대기”에서는 빔을 벽에 쏘는 방식으로 무대 위에서 충분히 서술되지 못하는 시대적 배경이나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어 등을 묘사했다. 특히 “아버지의 책”이라는 요소가 아버지를 묘사하는 방법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고, 필요한 책을 제외하고는 빔프로젝터를 이용하여 다른 책들을 구현하였다. 아버지가 계속하여 책을 모으기 때문에 시간이 경과한 후에는 논리적으로 타당해야하므로, 벽의 연출에서는 빔프로젝터로 쏘여지는 책의 양이 많아지고, 책장이 계속하여 높아지는 변화를 주었다.
특히 무대위의 구성에서, 각 장에 “집안 상황”이 중복되기에 우측에는 고정된 집 안의 방을 구현하였으며, 무대의 좌측이나 중간은 시간경과에 따른 장소의 무대로 이용하였다. 장소의 변화는 공간에 배치된 소품을 통해서 드러난다.
다른 배역을 같은 등장인물이 맡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나이대에 따라 구분되어 있다. 조연을 제외한 주연들의
배역이 특히 그러하다. 예를 들어, 어린 나이를 담당하는 배우는 중복되는 하나의 배역이 맡는 반면, 나이가 들고 뚜렷하게 역할이 구분되기 시작한 청년 이후의 배역의 경우 다른 배우들이 각 등장인물을 맡게 된다.
아버지, 형, 동생(주인공)들의 처음 시작은 “어린 배역”을 맡는 배우에 의해서 연기되며,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그에 걸맞는 배우들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는 가족간의 유사성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가족이 각 시대적 배경, 예를 들어 일제치하, 전두환-노태우기, 김영삼 김대중기와 상호작용하면서 어떻게 다르게 변화하였는지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아닐까 짐작해본다. 그 가운데 각자 자신의 상황에 적극적으로 선택하지 못했던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 해야하는 “알리바이”라는 요소는, 아버지에게는 탈영이라는 요소로, 형에게는 시위에 참여하지 못한 나, 주인공(작가)에게는 시위에 소극적이었던 자신으로 드러나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