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잭더리퍼 :: 엉망이 된 잭더리퍼와 바닥을 친 동정심 / 엠뮤지컬 먹튀사건관람
등급 만 7세 이상 관람시간 145분 (인터미션 : 15분)
일시 :: 2016년 07월 19일 20시 00분
장소 :: 디큐브아트센터
좌석 :: B구역 2번
제작진 :: 프로듀서 안광용 김선미 송병준 극본 왕용범 작곡 바소 파테이르 & 이성준 연출 왕용범 음악감독 이성준 안무 서병구
캐스트 :: 다니엘 엄기준 앤더슨 박성환 잭 이창희 먼로 김대종 글로리아 김보경 폴리 정단영
뮤지컬 잭더리퍼의 뒤늦은 후기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제작사 엠뮤지컬의 무책임한 파행이 세간에 알려졌다. 그동안 수 많은 스텝과 배우들의 개런티 미지급, 그리고 공연장 진입금지 처분에 다다른 대관료 미지급 사태까지. 뮤지컬 마니아 층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튀어나왔고, 나 역시 같은 입장이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까지 바닥인 줄은 몰랐다. 공연 전 날까지 배우와 관객 모두에게 제대로 된 통보없이 공연 취소라니. 그들은 판매 부진이라며 책임을 회피했지만, 뮤지컬 록키의 판매 부진이 이 사태의 원인이 아니라, 일반 관객이 편안하게 와서 즐길 수 있는 문화 생활이 아닌, 지금까지 기업 초대권 판매로 얄팍하게 버터오던 이 바닥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건 비단 엠뮤지컬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부디 무책임한 부도 처리와 이름 세탁으로 이 바닥에 다시 들어오지 않기를 바란다.
뮤지컬 잭더리퍼는 뮤지컬 라이징 스타부터, 수 많은 한류 아이돌이 거쳐간 뮤지컬로, 엠뮤지컬의 자금줄이라고 불려왔다. 오랜만에 다시 돌아 온 뮤지컬 잭더리퍼는 다니엘 역에 엄기준, 류정환, 카이라는 역대급 캐스팅을 공개하면서 기대를 고조시켰으나, 솔직히 말하면 지금까지 내가 봤던 잭더리퍼 공연 중에서 역대급으로 폭망 연출에, 앙상블들도 죄다 바뀐 건지 합도 하나도 안 맞아, 보는 내내 너무 고통스러웠다.
그리고 나의 사랑 킴, 보영 배우는 지금까지 정말 극찬을 아끼지 않아왔지만, 글로리아와 음색이 전혀 맞지 않아 아쉬웠다. 차라리 폴리 역의 단영 배우와 보영 배우가 역할을 바꿨다면 오히려 낫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그 귀하다니 엄다니엘이었는데, 엄은 정말 연기를 잘하지만, 그 특유의 창법은 나와 정말 맞지 않는 것 같다. 게다가 연달아 대극장 주요 배역을 맞아선지, 목소리도 완전히 엉망이었고. 그렇다고 잭이 나았던 것도 아니었다. 창희잭 자체는 창희 배우의 기존 노선과 매우 달랐었다는 점에 배우 자신에겐 신선했겠지만, 자신만의 잭이 아닌, 신성록 잭의 카피캣같은 느낌이라 아쉬웠다. 물론 신성록의 단점이었던 발성 부분은 창희 배우가 좀 더 탄탄했기에 좋긴 했었지만야. 그나마 새로 들어 온 주조연 중에 나았던 건 성환앤더슨이랑 대종먼로 정도가 좋았었지만, 극에 대해서 뭐라 덧붙어 새롭게 얘기할만큼 감동을 받기 보다는, 그래도 내가 즐겁게 봤었던 잭이 이 정도로 엉망이 됐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덧붙여서 이 정도로 엉망이 되니까, 전에는 다니엘이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자였다면, 지금은 이해도, 용서도 안되는 또라이 쯤으로 격하되었다. 글로리아는 네가 사랑했던 사람이었지만, 다니엘이 죽인 창녀들 역시 누군가에겐 가슴 두근거리는 짝사랑의 대상이고, 혹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이었는데, 그 사람들을 소모품처럼 짓밟아 놓는 것이 또라이가 아니고 무엇인가. 널 위해서 뭐든 하겠어,가 얼마나 무서운 자기 변명이고 도피인지 깨닫는 순간이었다.
/ 포주 역할이 남자에서 여자로 바뀐 거 치졸하고 시대 착오적인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카리스마있는 포주인 여주인이며 이해하겠는데, 포주인 여주인은 항상 뚱뚱하고, 인기없는데다, 눈치도 없다는 설정, 이젠 진부하지 않냐. 심지어 현실 반영도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