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달빛요정과 소녀는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노래를 토대로 이루어진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개인적으로 주크박스 뮤지컬의 장점이자 단점은, 작품을 아우르는 넘버에 있다고 보는 편인데 이 공연 역시 마찬가지였다. 노래가 주는 강렬함과 치유의 힘은 대단했으나 그게 전부였다. 이야기를 통한 흥미로움은 부족했고, 그것을 넘버가 채워주기를 바라는 소망으로 인해 만들어진 급급함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라디오 공개방송 현장이 되어 펼쳐지는 공간과 옥상 위에서 자신의 처지를 슬퍼하는 소녀,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상담원 은주에게 어느 날 달빛요정이 찾아와 위로를 전한다. 더불어 두 명의 남녀 앙상블이 더해짐으로써 노래로 가득 채워지는 순간을 마주할 수 있었다.
진짜 공개방송에 온 것처럼, 관객들이 쓴 사연을 소개하며 해답을 전해주던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좋았던 건 달빛요정의 존재가 아니었나 싶다. 이날 만난 강홍석 배우는 진짜 달빛요정 같았다. 소녀 아리영을 도와주고 있었으나, 그 공연을 보는 우리까지 마음이 치료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던 까닭이다.
라디오 DJ로 분한 박해준 배우의 감칠맛 나는 연기 또한 일품이었고, 은주로 인상깊은 열연을 심어준 김소진 배우 또한 좋았다. 무지개빛 조명이 비추는 도시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애환을 깊이 엿볼 수 있어서 좋았던 작품, 그러나 스토리의 보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재관람에 대한 의지는 솟아나지 않는 그런 공연이었다. 배우들과 넘버는 좋았으나 딱 거기까지!
막공이 얼마 남지 않아서 달빛요정을 더 이상 만나지 못한다는 건 아쉽지만, 한 번의 공연을 통해 전해준 위로의 힘이 대단해서 앞으로 계속해서 버텨낼 수 있을 것 만 같다. 새삼스레,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명곡이 마음을 후벼파던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5월과 함께 뮤지컬 달빛요정과 소녀를 보내며, 나는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노래를 들어보련다. 행복했던 그 순간을 떠올리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