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아가사 낮공 :: 이혜경 김재범 정원영 :: 난 네가 좀 더 웃었으면 좋겠어 관람등급 미취학아동입장불가 관람시간 150분 (인터미션 : 15분) 일시 :: 2015년 02월 11일 20시 장소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좌석 :: 1층 A구역 7열 제작진 :: 프로듀서 김수로 최진 연출 김지호 협력연출 김태형 작가 한지안 작곡/음악 허수현 예술/안무 우현영 제작사 :: 아시아브릿지컨텐츠㈜ / ㈜캔들미디어 캐스트 :: 아가사 이혜경 로이 김재범 레이몬드 정원영 아치볼드 김형균 폴 안두호 뉴먼 이선근 베스 한세라 낸시 소정화 에릭 정승준
|
* 뮤지컬 <아가사> 스토리의 전체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극을 보고 나서 후기를 읽으시길 권하는 바입니다.
00 대극장 아가사 첫 공을 보고 나는 얼마나 많은 나날 화를 내고 발을 굴렀는가. 자첫 찍고 다신 홍아센 아가사를 보러 가지 않으리라 다짐했는데 애절성애자 나덕후는 범로이가 한 애절하신단 소리를 듣고 자첫 후 약 두 달만에 아가사 자둘을 찍으러 홍아센으로 향했다가 범로이에 치여서 왔다고 합니다. (…덕후사망엔딩)
01 대명 아가사에서 로이의 정체는 철저히 비밀에 싸여있다. 초연 로이들은 자신이 편집장이 소개해준다던 바로 그 득 전문가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초연의 로이와 아가사는 방 안에 철저히 갇혀지내지만, 재연은 좀 더 활동적으로 로이와 아가사의 존재를 드러낸다. 마지막 순간에 드러나는 진실은 같았지만 초연 로이들은 아가사의 또 다른 자아라는 성격보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고립되고 외로웠던 아가사의 구원이라는 성격이, 재연 로이들은 부정하고 싶었던 아가사 내면의 어둠이자, 때론 경계선이 흐릿한 타인처럼 보였다.
하지만 내가 만났던 범로이는 아가사의 자아에 가장 가까운 로이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주인격 아가사에게 완벽하게 외면당한 채 순수하고 잔혹했던 어린 시절 숨어있던 부인격 로이.
범로이를 설명하기 위해선 먼저 순수하고 잔혹한 아가사의 어린 시절에 대해 되짚어봐야 한다. 로이의 존재를 지워버린 어른 아가사와는 달리 어린 아가사는 제 욕망과 복수를 위해 로이를 불러오는데 머뭇거림이 없었다. 하지만 아가사, 아니 아가사가 아니더라도 누구든 아이에서 어른으로 시간을 통과하면,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본능적으로 자신의 잔인함과 욕망을 억누르는 법을 배우는 법이다. 아가사가 처한 삭막한 현실과 달리 아가사가 꿈꾸고 추구하는 가치는 높고, 고결했으며, 그를 위해 아가사는 자신 내면의 어둠은 누르고 절제해야 했다.
하지만 그 어둠은 너무나도 크고 무거웠기에 온전히 지워내고, 밀어내지 못했으며, 그것은 글이라는 수단으로 표출되었다. 어린 아가사는 의식적으로 로이를 불러냈다면, 어른 아가사는 무의식적으로 로이를 불러냈다. 로이는 처음에는 협력자로, 점차 완벽한 주인격으로의 역할을 할 만큼 자라 아가사와는 다른 존재가 될 만큼 자라났고 그는 주인격이 참고 있는 모든 걸 부추기는 적이자, 주인격의 표출해내지 못하는 화를 소화시켜주는 하나뿐인 편이였다.
아가사의 내면 속에서 아가사라는 주인격은 참고, 견디고, 일정한 타협 선을 보는 인격이라면, 로이는 살인, 살의, 복수심, 장난기, 어둠과 가장 경계 있는 것들을 이루고 있는 부인격이었다. 보통 부인격이 자라고 자신의 사고를 가지게 되면, 주인격을 몰아내고 육체를 차지하려고 하고 덤벼들지만, 로이는 아가사에게 그를 위해 스스로 어둠 속에 걸어 들어갈 만큼 애정을 품고 있었다. 그가 아가사에게 원했던 건 하나였다. 아가사가 행복해지는 것. 그랬기에 외롭고 쓸쓸한 외면 속에서도 그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이며, 아가사가 더 이상 행복하지 않다고 느꼈을 때, 그의 앞에 나타나 고여 썩어들어가는 분노를 직접적으로 표출하도록 부추김으로써 아가사가 다시 웃을 수 있길, 행복하길 바랬던 것이 아닐까.
02 범로이는 아가사의 어린 시절과 닮아있었다. 모든 이들의 애정이 필요하고, 모든 것들에 솔직하고, 모든 일들에 반짝이다가도 금세 움츠려들던 어린 아가사, 그 연약한 시절로부터 파생된 범로이는 아가사의 보살핌이 필요한 존재였지만, 아가사는 그를 어둠이라는 단어로 규정해버렸다. 아가사의 또 다른 인격으로 범로이의 살인, 살의, 복수, 그리고 눈물이 아프게 다가오는 건 그럼에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건 결국 나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외롭고 고독한 우리의 내면을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