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변강쇠 점 찍고 옹녀.
국립 창극단의 배비장전을 아주 재미나게 본 기억이 있어, 어른들을 모시고 관람했다.
포스터만 보면 대단한 성공에, 희곡상도 받았다고 하니 기대를 했다.
주제도 뭐 다같이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희극이라고 생각했고.

위 사진의 달오름 극장 무대 전경을 볼 때 까지만 해도, 그렇게 기대에 부풀어 있었는데.
공연은, 그야 말로 최악.
너무나 저급하고 비루했다.
너무나도 빈약한 이야기에 억지로 끼워맞춘 유머. 전혀 우끼지도 재미있지도 않았다.
성적코드를 쌍스런 말로 표현해 웃기려고 하는데, 그것도 탄탄한 구성 속에 그것이 녹아들 때 재미있는 것이지, 아무것도 없는데 무작정 쌍욕과 음담패설만 한다고 그 공연이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나 빈약한 스토리가 너무나 답답했는데, 옹녀와 변강쇠가 만난 이후, 아무런 얘깃거리가 없자 마을의 장승들이 러브스토리나 갈등구조를 만들어 낸다.
너무나 말도 안되고, 몰입도 안되고 그 수준이 저열했다.
저런 수준의 작품이 무슨 희곡상까지 수상했다니, 할 말이 없을 뿐.
이렇게 까지 수준 미달의 공연을 국립극장 무대에 올려도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공연을 보는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어제 관람한 국립 발레단의 공연.

아래 사진에서 보다시피 레퍼토리는 두개였다.

내가 이 공연을 예매한 이유는 바로 레퍼토리가 베토벤 교향곡 7번이었기 때문.
음악만으로도 너무나 감동적일 것이 뻔한데, 여기에 발레까지 어우러지면 실패하기 힘들 것이다 라는 확신이 있어서 였다.
역시나 공연은, 시작과 동시에 나를 미친듯이 전율 시켰다.
그 선율과 그에 딱 맞춘 안무.
귀로 듣는 음악과 눈으로 보는 사람의 아름다움이 너무나 환상적이어서 정말로 감동으로 보는 내내 전율했다.
발레리나 강수진씨가 국립발레단을 맡고나서 작년 가을 처음 선보인 레퍼토리라는데, 자신의 색을 국립 발레단에 드러내는 최고의 선택이었지 싶다.
본 공연에 너무 만족해서, 교향곡 7번이 끝나고 나서 인터미션 시간에 로비에 서있는 다음 공연 백조의 호수 배너를 보고는 바로 예매를 시도했는데,

전석 매진이었다.
음. 뭐하러 세워놨지? ㅠㅠ
그리고 이어지는 봄의 제전은, 뭔가 엄중한 제례의식을 몸으로 표현한 듯 그로테스크한 음악과 더불어, 발레보다는 현대 무용에 가까운 파격적 작품이었다.
나는 베토벤 7번이 훨씬 감동적이었으나, 뭐 이 작품도 좋게 본 사람이 많은 듯 하다.
다만 전체 공연중 약간 아쉬웠던 것은, 음악이 생음악 연주가 아닌 녹음된 것을 틀었다는 것.
이것이 생음악이었다면 훨씬 감동이 컸을텐데, 뭐 어쨌거나 아니었음에도 최고의 감동을 받았으니.